상념.. (feat. 아이의 고도원시) 갑상선 CT 촬영 후..

 갑상샘 CT촬영 때문에 다시 병원에 왔어요.같은 이야기를 들으려면 대학병원을 3번이나 와야 하고, CT를 찍으러 다시 시간을 내와야 하고, 결과를 듣고 또 같은 얘기를 들으러 다음에 또 와야 하고… 대학병원의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서 지금 의사들이 파업하는 이유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대학병원의 이런 시스템은 의사부족 때문인 것 같아 제 눈에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긴 덕분에 저는 병가를 내고 하루 더 쉴 수 있으니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작년 대학로에서 재미삼아 사왔는데 올해는 건강 조심하라는 말을 흘려들더니 정말 올해의 건강 문제로 처음 할 일이 참 많네요.봄에는 어깨 근육회전 근개 파열로 팔이 굳어 난생 처음 MRI도 찍고 근육주사도 맞고 재활을 했는데(지난해 늦가을부터 아픈 걸 참았거든요). 가을에는 갑상샘암으로 CT도 찍고, 속병이라 약도 먹고. 정말 건강문제로 화려한 한 해입니다.ㅎ

태어나서 처음으로 찍는 CT라서 기념촬영을 했어요. (웃음)

갑상선만 찍는 CT라서 그런지 금방 끝났어요.찍기 직전에 뭔가 약을 넣었는데… 몸이 뜨거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 넣자마자 혈관을 따라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어요! 정말 처음 느껴보는 느낌…!

CT를 찍으면서 편의점에 주먹밥과 물을 사러 지하로 내려가니, 앞에 안경을 낀 아이를 안은 엄마가 있었습니다. 5~6살 정도의 남자아이였습니다.어머니는 아래 빵집을 보면서 “우리 xx가 좋아하는 빵 사 가자”고 하셨습니다.낯선 모습이었어요.

큰 아이가 6세 때 영유아 건강진단을 하면서(아마 6세 영유아 건강진단에 처음 안과 검진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이의 시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엄마, 아빠는 시력이 너무 좋아서 사실 애들 시력 걱정은 전혀 안해봤는데 정말 날벼락이 났어요.심한 원시로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벌어져 뇌가 잘 보이는 한쪽 눈으로만 보고 있고, 나쁜 한쪽 눈은 시력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습니다.그래서 지금 제가 다니는 대학병원에 아이가 6살때부터 작년까지 다녔습니다.처음에는 갈 때마다 눈에 동공을 확장하는 안약을 넣고 뭔가 검사를 했습니다만, 그것을 하면 몇 시간은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아이는 그 검사를 제일 싫어했어요.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저는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처음에 아이의 상태를 알고 몰래 많이 울었어요.전 지금까지 거의 울어본 적이 없었어요.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싫어서 눈물은 참고 속으로 삼킨다.. 아무튼 그런 사람이었지만요.

아이의 눈 상태를 물어보고 내가 뭘 했을까? 아이가 임신했을 때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일까? 임신중에 뭘 잘못 먹었나? 엄마들은 아이들이 아프면 그런 생각을 제일 먼저 해요.그리고 어렸을 때 자주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그림을 그릴 때 많은 검은 연필을 사용했는데 그것은 시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누가 말씀하셨는데 부모 중에 눈이 나쁜 사람이 없어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때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을까? 무심코 어머니라고 자신을 나무랐습니다.그것은 단지 선천적인 것이지, 제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6세 어린이는 돋보기와 같은 두꺼운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시력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거의 보이지 않는 한쪽 눈의 시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눈가리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8시간씩 매일 좀 더 잘 보이는 눈을 가렸습니다.타원형 밴드처럼 생긴 눈가리개 치료용 밴드가 있고, 그것을 8시간 동안 착용하다 보면 저를 닮아 피부가 나쁜 아이의 눈 주위에 빨갛게 붓기도 했죠.다행히 아이가 어렸고 성격이 활발한 편이라 유치원에 한쪽 눈을 가렸어야 했는데 싫어하거나 부끄럽지 않았습니다.그때 찍은 아이의 사진은 거의 첫눈에 밴드를 붙여 찍은 모습입니다… 그 사진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ㅠ

그 당시에 읽은 어떤 책에서 서양 엄마들은 자식에게 그런 일이 있어도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대요. 단지 아이가 그렇게 태어난거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대요. 그래서.. 쉽지는 않았지만 저도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저와 제 남편의 DNA 중 하필 원시의 유전자가 그대로 아이에게 발현된 겁니다… 이건 최근에 읽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이해하기 쉬웠는데…

8시간 차폐치료가 4시간으로 줄고 주말에는 4시간으로 줄어 다행히 원시는 근시와 달리 자라면서 더 나빠지는 것보다는 나아진다는 말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고도 근시는 대부분 사시를 동반하지만, 우리 아이는 사시가 아닌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아직 원시가 많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처음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서 여전히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지만 두 눈의 시력 차이가 거의 없어 (치료를 해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대요.) 원시는 자라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서 지금은 안심하고 있습니다.

원시는 가까운게 잘 안보여요.흔히 노안이라는 증상이죠.그래서 원시는 책을 가까이서 보시거나 핸드폰으로 보셔야 치료에 좋다고…비공식적인 경로로 전문의한테 들었는데요. 그것은 아이에게는 비밀입니다 (웃음)

큰애 얘기가 길어졌네요^^병원 에스컬레이터로 제 앞에 서 있던 어머니도 자녀의 안과에 왔을 것입니다.아이를 안고 달래기 위해 뭘 사주는 모습에서 제가 큰아이와 병원에 와서 온갖 검사와 진료를 마치고 집에 가기 힘든 아이를 달래는 옛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그 아이 어머니도 무척 속상해 하실 거예요. 차라리 내가 병에 걸렸으면 좋겠어. 그런 마음인 것 같아요.그래도 걱정해서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애가 크면… 아, 눈이 좀 나쁜 거… 그건 별거 아니었어요^^

요즘 같은 시국에 편의점에서 산 주먹밥과 물을 오픈한 장소에서 마시기가 좀 그래서 며칠 전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마르크스의 귀환> 행사에 당첨된 커피 쿠폰을 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주차장 차 안에서 한숨 돌리며 허기를 달랬습니다.6시간 단식 후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최고^^

옛날 얘기 나온 김에 작은 애가 임신했을 때 한 달 내내 울었던 얘기까지 듣고 싶었는데.이제 길어져서 참을께요.^^

다음에 따로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