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기술을 소개 인공위성 양자암호

 국내 인공위성 연구와 개발의 산파 역할을 해온 KAIST 인공위성연구소(SaTReC)가 개소 30주년을 맞았다. 30일 대전 유성구 KAIST 대강당에서는 인공위성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미래 우주기술에 대해 토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개발을 시작으로 그동안 축적된 인공위성의 기술력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형 인공위성에 활용될 다양한 기술이 소개됐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이준구 교수는 이날 ‘미래우주기술 워크숍’에서 소개한 새롭게 떠오르는 인공위성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소개했다. 양자암호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응용해 만든 암호체계로 높은 보안성을 특징으로 한다. 양자화된 암호를 외부에서 한 번이라도 도청하면 0과 1의 값을 동시에 취하던 양자가 0이나 1의 상태로 바뀌어 도청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양자암호 통신거리는 공기와 충돌해 발생하는 양자암호 데이터의 손실로 현재 최대 200km에 머물고 있다. 서울에서 정도의 거리도 양자암호통신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한계점은 위성을 이용한 양자암호통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양자암호 데이터를 공기층에서 떨어진 우주에 위성으로 송신하면 그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위성과 지상국 간 양자암호 통신거리는 1000km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양자암호 기술에 대해 “신이 개입해도 깨지지 않는 보완성을 갖고 있다”며 “위성을 통해 이런 보완성을 가진 양자암호 데이터의 손실을 막고 통신 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미 중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양자암호통신을 위한 위성 개발이 한창이라며 중국의 양자암호실험위성 무쓰코를 소개했다. 무츠는 2016년 8월, 중국 감숙성 주천 위성 센터로부터 발사된 세계 최초의 양자 위성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무츠 위성이 오스트리아에 있는 지상국에서 양자 암호화된 이미지를 받아 저궤도로 7600㎞ 날아가 중국에 있는 지상국으로 그 이미지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며 “중국은 위성을 통한 양자 암호 송수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양자암호통신을 군대 등 높은 보안성을 유지해야 하는 체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중국에서는 당대회가 열려 모든 당원이 한곳에 모이지 않을 경우 원격으로 회의하는 시스템이 있다”며 “이때 양자암호 기술을 이용해 중국 베이징과 다른 지방에 있는 원격회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용도 외에도 군 보안시설 정보를 주고받을 때 양자암호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0일 대전 유성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 미래 우주기술 워크숍이 열렸다. KAIST의 여러 교수들이 모여 미래에 사용될 우주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우주 태양광 발전을 현실화할 미래 위성기술도 소개됐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세계에서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는 연구 분야다. 일본이 내년에 우주 태양광 시험발전을 벌일 10MW급 태양광 발전위성을 시험 발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은 중형 원자로급 1GW급 우주태양광위성을 궤도에 띄워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역시 우주 태양광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성수 교수는 형상기억 고분자를 이용해 우주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패널 및 관련 부품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형상기억고분자는 특정 조건인 물체가 일정한 형태를 갖추게 하는 경우, 이후 외부 충격에 의해 모양이 바뀌어도 그 물체를 온도와 빛 등 동일한 조건을 맞추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성질을 갖는 고분자다.

그러나 문제는 이 형상 기억 고분자가 지탱하는 무게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액추에이터는 150뉴턴(N)의 힘을 갖고 있지만 형상기억고분자는 8뉴턴의 힘밖에 없다”며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이 형상기억고분자의 힘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접기 원리와 3D 프린트를 이용해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패널이나 관련 부품의 부피를 줄이는 연구도 한창”이라며 “미래에 모터 없이 태양광 패널을 넓히는 시스템이 가능한 날이 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KAIST 물리학과 민경욱 교수는 과학기술위성 1호의 관측 결과를, 김영진 기계공학과 교수는 초고속 광학 기술의 차세대 인공위성 탑재 방안을 발표했다. 최원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전기추력 연구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한국의 우주개발 역량이 초보 수준이던 1989년 8월 설립됐다. 설립 직후 영국 대리대학과 국제공동연구협약을 맺고 전기전자, 물리학, 통신, 제어, 회로 등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학생 5명을 파견해 위성 개발에 착수했다. 우주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위성 기술을 전수받아 빠른 속도로 기초 역량을 다지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금까지 연구소가 개발해온 소형 위성은 모두 9기다. 위성 개발을 통해서 지구 및 우주를 관측해, 우주의 핵심 기술을 검증했다. 우주 개발의 전문 인재도 양성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에 설립돼 독자적인 우주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 있는 제트추진연구소(JPL)와 도쿄대 우주과학연구소(ISAS) 등이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연구소 초대 소장이자 우리별 1호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 최순달 전 체신부장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감사패는 미국에서 방문하는 최 전 장관의 가족이 대리 수상했다. 권세진 이공위성연구소장은 우주개발을 위해 평생을 바친 고 최순달 박사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미래 우주기술 개발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